OTT, 유튜브, 틱톡과 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영상 콘텐츠 송출을 방송 3사가 실질적으로 과점하던 미디어 시대의 불문율이 사라졌다. ㈜크로마엔터테인먼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뉴미디어 시장에서 퀄리티 높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에이전시 스타트업이다.
이곳의 대표 김요한은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재학 시절, 교내 방송국 KUBS의 국장을 역임하며 쌓은 경험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다양한 기업과 관공서 등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함과 동시에 자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개발하며 콘텐츠 분야의 BM 혁신에 도전하는 김요한 대표를 스타트업 서포터즈 2기의 창업기자단이 만나보았다.
Q1. 크로마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크로마키 할 때 ‘크로마’ 아시죠? 크로마키(Chroma-key)는 영상을 만들 때 배경의 초록색, 파란색같은 색상의 키를 의미합니다. 즉, 색상을 의미하죠. 크로마 사명의 뜻은 모든 기업과 브랜드에 가장 톡톡 튀는 색을 입혀드리겠다는 비젼을 갖고 있습니다. 여담으로는, 앞부분을 Kr로 바꾸면 KROMA(Korea Original Media Agency) 가 됩니다. 그 속 뜻을 담아 한국의 다양한 오리지널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에이전시 스타트업이라고 봐주시면 돼요. 현재 2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창작자들이 모여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Q2. 미디어 분야의 스타트업은 생소한데, 이쪽 분야의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미디어 시대의 문법이 사라졌어요. 방송산업이 점차 약화되고 이제 유튜브, 인스타 같은 뉴미디어로 중심이 넘어가고, 또 다음 단계로 틱톡 같은 게 나오잖아요. 방송 문법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방송을 성공시키려면 이건 지켜야 하고 이건 이래야 하고 이런 수많은 관례들이 있는데, 이제 이런 건 무의미해지고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시장이 한국에서 2018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방송 산업에서 성공을 거두던 4-50대가 과연 유튜브의 감성을 잘 파악할까, 아니면 젊은 친구들이 잘 파악할까. 만약 방송 산업이 여전히 메인 스트림이었으면 우리가 진출할 수 없었겠죠. 20년 이상 경력의 방송국 제작진이 훨씬 더 잘할 테니까.
그런데 콘텐츠 시장이 재편되면서 ‘누가 뉴미디어를 잘 핸들링 할 수 있을까’하는 건 또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감 있는 사람끼리 퀄리티를 높여서 기업을 운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죠”
“사실 저는 ‘기획’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 영상만 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서 더 큰 비전을 갖고 회사 이름을 엔터사로 지은거고, 지금 영상 콘텐츠를 하는 이유는 제가 학부 시절에 갈고 닦았던 게 영상이라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한 거에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씬에선 이런 말이 있잖아요? ‘창업을 하려면 당장 나가서 레몬에이드부터 팔아봐라’ 똑같은 생각으로 저는 타인의 돈을 빌려서 즉 투자를 받아서 더욱 큰 걸 시도해 보려면 적어도 우리 손으로 일군 작은 퍼포먼스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우선, 저희가 할 수 있는 기술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이걸 어디까지 키울 수 있는지를 보고 다음 단계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Q3. 구체적인 사업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콘텐츠는 서비스지 돈이 되는 영역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영상 보려고 돈을 쓰진 않잖아요. 그래서인지,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면 대부분 플랫폼 창업을 꿈꾸고 투자를 받으려는 게 대부분인데, 콘텐츠 업계는 많지 않더라구요.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비즈니스 모델은 영화인데 요즘은 영화관도 안 가는 추세이고. 콘텐츠는 서비스인데 사실은 이게 밸류 체인에서 최하단이에요. 즉, 콘텐츠는 사람을 모으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이 사람들이 결국은 굿즈를 사든 혹은 콘서트를 가든 무언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트리거일뿐이지, 비즈니스 모델의 원천이 될 수가 없더라구요. 이 업계에 있어서 이런 한계가 명확하고, 해결 방법은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IP(Intellectual Property)로 저작권료를 받거나 해외에 판권을 파는 거예요. 오징어게임, 핑크퐁에서 만든 아기상어 애니메이션 같은 게 대표적이죠. 대부분의 프로덕션 산업에서 다 콘텐츠 IP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있어요.
두 번째는 콘텐츠를 통해 위에 언급한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벨류 체인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아직 한국 시장에서 안착한 시스템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 두 가지 단계로 가려면 그 이전에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영상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죠.”
Q4. 크로마엔터테인먼트가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과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둘 다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오리지널 컨텐츠는 제작비가 막대해서 투자가 필수적이에요. 하지만 그러면 저작권의 일부를 외부 투자자들과 나눠야 하겠죠. 저희는 투자를 외부에서 받기보단, 저희 회사만의 캐시플로우를 만들어서 자생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어요. 둘째로, 저희가 협력사와의 외주 작업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이 필수적이에요. 즉 기획-촬영-편집이 모두 가능한 멤버들로 회사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이 모든 섹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협력사 분들과 소통도 잘돼요.
그리고 결국 이 콘텐츠 시장은 가면 갈수록 세분화될 것이기 때문에 ‘촬영을 잘하는 팀’, ‘편집을 잘하는 팀’이 있을 것이고 그 팀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들이 콘텐츠 업계에서 피라미드의 상단이지 않을까 해요.”
Q5. 고려대학교 재학시절에 대표님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학교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 있다면?
“학교 방송국 KUBS에서 국장까지 했었는데, 사실 제가 지금 창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원흉(웃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KUBS에 학교 지원금이 일부 나오긴 하지만 고연전 라이브 같은 걸 할 때 돈이 많이 들어서 국장이 꽤 적지 않은 운영비를 벌어와야 했어요. 그래서 교내 스피커로 KUBS가 라디오 방송하는 걸 메가스터디 같은 곳에 알려서 유상 광고를 론칭하기도 하고, 유튜브에 ‘맘마미아’, 응원가 고대생 커버 영상 같은 걸 제작해보면서 자체 IP를 확보하려 노력해보았죠.
여담으로는, 제가 국장 할 당시에 ‘홍보관’이라고 학내 언론사와 문과대학 등이 쓰던 공간을 무너뜨리고 인문사회관을 짓기 시작했거든요. 그때 ‘공간’에 대한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조감도도 그려보고 인테리어 시공업체도 만나보고 그랬던 게 사업의 첫 기초를 닦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어떻게 학교 관계자들과 소통해서 만족할 만한 공간을 확보할지’ ‘공간을 구성하는 기초는 결국 조직의 비전인데, 어떻게 조직해야할지’. 그 수많은 고민들이 지금 세일즈를 할 때나, 조직을 구성할 때 큰 영감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크림슨 창업지원단을 통해 알게 된 ‘창업 대체 학점 제도’예요. 제가 학부 시절에 개인 사업을 하다가 마지막 학기에 법인 창업을 한 건데, 창업 학점 대체 덕분에 마지막 남은 학점을 채울 수 있었어요. 덕분에 창업에 더욱 집중하고 졸업도 할 수 있었어요.
Q6. 대표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2017년에 제가 제일 처음 학교 방송국 KUBS에서 만들었던 영상이에요. 당시에 ‘연플리’에서 만든 연애 웹드라마가 인기였는데, 저는 대세를 거스르고 싶어 하는 성향 때문인지 연애 말고 ‘친구 관계’를 주제로 웹드라마를 만들었어요. 각종 설문조사를 찾아보면 대학생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1순위가 인간관계인데, 친구끼리 고민을 얘기할 땐 ‘친구 관계’가 고민이라고 잘 얘기를 못한다는 게 제 흥미를 끌었어요. 무언가 금단의 영역을 건들여보고 싶다는 그런 욕심이랄까요?(웃음). 그래서 대학생의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웹드라마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만든 드라마 제목이 ‘친구라는 이름으로’예요. 다들 학교 방송국 채널을 잘 안 보는데 나름 조회수가 100만 가까이 나오고 대박이 났어요. 이 영상을 시작으로 KUBS에서 외주도 많이 따왔죠.
지금 보면 퀄리티도 낮지만, 이 영상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순수함이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사실 정말 재밌고 뿌듯하지만 지금 영상들에는 늘 ‘예산’ 문제가 항상 끼어들어 있어요. 처음 영상을 시작한 거는 제가 좋아해서 그랬던 건데 지금은 견적, 운영비, 제작비… 이러니까 초창기에 영상 만들던 시절이 마치 에버랜드 푸바오처럼 귀여운 느낌으로 마음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Q7. 팀빌딩 일화가 있나요? 창업에 있어서 팀 빌딩을 하는 데에 팁이 있다면?
“팀빌딩에서 1순위로 필요한 멤버는 내 약점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ENTP라 도전, 논쟁을 즐기는 타입인데 자칫 잘못하면 너무 직관적이라 엇나갈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떨 때는 그 직관의 영역이 참이 아닐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엑셀을 밟을 때마다 정말 ‘내 판단이 옳은지’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는 팀원이 필요하고 지금도 곁에 계신답니다.”
Q8. 스타트업 시작 및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으셨다면? 극복 과정은?
“저희는 투자를 안 받고자 결심했기 때문에, 처음에 운영비를 확보할 협력사가 필요했어요. 제가 프리랜서로 방송국에서 일하기도 하고 여러 일을 했지만 명확하게 이 시장에서 정규직으로 10년 이상 한 게 아니다 보니까…. 사실 큰 회사에서 오래 일을 했으면 그쪽의 클라이언트를 끌고 나오면서 사업이 됐겠지만, 저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 멘땅에 헤딩인거죠. 협력사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 비딩(입찰)이나 여러 가지 입찰에 참여해서 PT (프레젠테이션)도 많이 했어요.
사실 저의 두 번째 꿈이 작가 겸 프리젠터거든요. 경쟁 PT라는 게 2등은 의미가 없고 무조건 1등을 해서 뽑히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한번은 휴가로 코타키나발루를 갔는데, 때마침 저희팀 동료가 웹툰 작가님이랑 하는 프로젝트로 잠깐 뵈었죠. 그런데 하필 기묘하게도 거기서 PT를 해야 된 거예요. 경인방송(OBS)도 들어오고 총 15개 정도의 업체와 문화유산 영상 관련해 입찰 경쟁을 해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때 중간 순서였는데 사실 중간 순서가 상당히 불리하거든요. 그 짧은 10분이라는 PT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발표를 하기 위해 무언가 전략을 세워야 했어요. 시작하자마자 ‘경쟁팀들이 많아 심사하시기에 피곤하실 것 같다.’ 이 한마디를 하고 제가 있는 코타키나발루의 바다를 대뜸 보여줬어요. ‘아마 오늘 업체 중에서 제가 가장 멀리 있을 것 같다.’라고 물음표를 띄운 뒤에, 낯선 땅에 지금 한국 콘텐츠 알리러 와있는데 하필 오늘 또 문화유산 관련된 피티를 하게 되어서 영광이다. 푸른 바다 보고 쏟아지는 잠 쫓아내시고 집중해서 들어달라’고 서두에 1~2분 정도 말하고 시작했어요. 거의 20% 넘는 시간을 인트로에 쏟아보는 과감한 시도를 해본 거죠. 그리고 1등을 했죠. 또 한번은 제가 19개 업체 중에 발표순서 1번이었는데, 1번이라 심사위원분들께 잊혀질까봐 ‘뒤에 나오는 모든 업체를 우리 기준으로 평가해달라’고 말하고 시작했어요. ‘비교하면서 앞에 애들이 좀 나았던 것 같으면 우릴 선택해라’라고 발표 끝날 때 한번 더 말하고… 이것도 결국 입찰 성공했죠.”
Q9. 크로마 엔터테인먼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콘텐츠 업계가 주목을 받으면서도 다들 비전이 없다고 말하는 실정이에요. K-콘텐츠 뜬다고 해봤자 사실 케이팝 씬 말고는 비즈니스 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씬이 적거든요. 결국 비즈니스 관점에서 돈이 안 된다는 뜻인데, 어쩌면 콘텐츠에서 돈이 파생될 수 있는 모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한국에도 없고 저도 개발하는 중이지만 ‘시장 혁신이 되겠다!’ 싶었던 사례들이 있죠. 에코마케팅이나 블랭크코퍼레이션같은 콘텐츠 커머스도 하나의 예시에요. 근데 결국 이런 모델도 광고라서 ‘소비 유도’에 불과해요. 어떻게 하면 콘텐츠에서 밸류를 만들어서 현금 흐름이 생기게 하지? 이 모델을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어요.”
Q10. 스타트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열 글자로 표현해 주세요.
“마이뮤직테이스트 최원준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일단 실행, 글고(그리고) 방향 변경.’ 무슨말이냐면 고민만 하지 말고 우선 실행을 해보고 난관을 만날 때마다 방향을 변경하면 된다는 뜻이에요. 무언가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고민만 하고 결국 액션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사실 정말 쉽지 않죠. 하지만, 우선 한 번 해보고, 거기서 겪는 수많은 변수와 난관을 헤쳐가면서 얻는 레슨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고 있어요.
요즘 창업을 스펙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글쎄요. ‘나 창업해봤어!’라고 하는 것 자체만 보면 큰 메리트가 없어서 할거면 진득하게 한 2~3년 정도라도 데스밸리는 경험해보고 나오든지, 아니면 애매하게 창업할 바에는 제도권에 가서 경험을 쌓고 나만의 노하우나 비전이 있을 때 나와서 해보는 것도 좋죠.”
출처 : KU스타트업코리아 (https://kustartup.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