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목요일, 압구정동에 위치한 ‘크로마엔터테인먼트’의 사무실을 찾았다. 도착한 사무실에서는 제각기 열심히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있는 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지식 교양 콘텐츠 <고대백과>의 제작을 담당한 김요한 대표를 만나 <고대백과>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부터 콘텐츠 스타트업의 구조, 콘텐츠 사업의 미래 등 문화 콘텐츠와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1.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우 김요한이라고 합니다. 현재 크로마엔터테인먼트(이하 ‘크로마’) 대표로 미디어 콘텐츠 분야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크로마엔터테인먼트는 20/30대 젊은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미디어 에이전시 기업입니다. 광고와 CF, 홍보영상에서부터 웹예능, 웹드라마, 나아가 모바일, 오리지널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개발·제작해 나가고 있습니다. 빛을 통해 색의 선명도를 밝혀주는 채도(Chroma)처럼, 아름다운 색채의 빛을 담은 콘텐츠들을 제작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 김요한 크로마엔터테인먼트 대표
Q2.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크로마’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크루 형태나 소규모로 영상을 만드는 개인이나 단체들은 많지만, 저희처럼 이렇게 젊은 20/30대 창작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법인 기업 형태로 급속히 발전해 나가고 있는 곳은 저희가 거의 처음이자 선발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저희 크로마만의 차별점으로는 폭넓은 파트너십 구축,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등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 개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크로마엔터테인먼트 로고 / 사진=크로마엔터테인먼트 제공
Q3. 일반적으로 언론·방송 분야의 경우, 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는 방송국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표님은 직접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KBS, 네이버, CJ ENM 등에서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면서 방송국은 정형화된 틀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방송국이라는 조직에서 나와서 정해진 틀 없이 개인이 만들어 볼 수 있는 콘텐츠들에 도전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미디어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미 완성형 조직에서 정해진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처음에는 5명 정도의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PD, FD, 작가, 디자이너 등 16명 가량의 제작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Q4. 학부 시절 고려대 방송국의 일원으로 활동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교내 방송국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대학 재학 기간 동안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 국장을 맡아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튜브 브랜드 활성화 사업 차원에서 다양한 유튜브 영상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KUBS 유튜브 채널을 고려대를 대표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로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여러 콘텐츠들을 제작하였는데, 대표적으로는 100만 뷰를 넘은 <고려대X연세대 응원가 아카펠라 영상>에서부터 <맘마미아!2 커버영상>, 웹드라마 <친구라는 이름으로>, 힐링 다큐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들을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KUBS’가 가장 맨 위에 검색되고 있고요. 구독자 3.6만의 ‘대표 채널’로서 꾸준히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 출처: YouTube / 고려대 X 연세대 응원가 아카펠라 메들리 커버영상
/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 2019. 7. 25.
Q5. 학부 시절의 관련 경험이 현재 미디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미디어 시장 자체가 정답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콘텐츠가 히트하게 될지 예상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 따라간다고 시청률이나 조회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저 같은 경우, KUBS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영화사와 협업도 해보고, 다양한 분야의 배우, 아나운서들을 섭외하여 영상도 만드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교내 홍보관을 미디어관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얻을 수 있었고요. 이 부분이 현재 미디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6. 크로마에서 제작하고 있는, 혹은 제작한 콘텐츠 중에서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콘텐츠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특히 미디어 교육 관련 콘텐츠들을 제작하거나,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콘텐츠 제작 쪽은 아니지만, 대학생들, 취준생 대상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이라고 해서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교육 과정인데 미디어 분야에 꿈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획, 연출, 촬영, 편집, 마케팅까지 약 30시간 정도를 강의하고 있어요.
동시에 스튜디오 망고라는 채널에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홍보 영상들을 꾸준히 제작해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흔히 농업이라고 하면 컨트리(Country)하다는 느낌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인공지능을 접목한 새로운 농업 기술을 소개한다거나 해서 농업에 대한 그런 시선들을 바꿔주려는 목적이 있어요.
▲ 출처: YouTube / 카카오톡이 이름을 카카오로 지은 진짜 이유|한태웅의 푸드트럭 /
스튜디오망고 / 2023. 01. 6.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해서 옛날 고전 영화와 관련된 큐레이팅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습니다. 고전영화에 담긴 미학이라거나 당시의 문화 트렌드 등 숨겨진 부분들을 발굴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전달하는 거죠. 이 콘텐츠들은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교육부와 KBS아나운서실과 협업해서 우리말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해서 배포하고 있어요. 우리 말을 올바르게 쓰는 것 자체는 매우 중요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쓰지마. 이런 말은 안 돼.’라고 말해봐야 잘 듣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아나운서분들이 직접 출연해서 약 40분간 실시간으로 아이들에게 우리말 강의를 해주는 형태로 교육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아나운서들이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영상을 아이들이 보면서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면서 소통하는 그런 방식이에요. 중간마다 관련된 교육 영상들도 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넣고 있습니다. ‘안녕 우리 말, 마음은 더 가까이’라는 채널인데 현재 채널 자체는 비공개로 되어 있어서 일반 시청자분들은 영상 접근이 어려우실 것 같아요.
Q7. 최근에 제작한 고려대학교 교수학습개발원과 협업한 <고대백과> 콘텐츠가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요. <고대백과> 콘텐츠의 기획 의도 및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지식 교양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지상파에서 제작한 지식 교양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셜록현준>, <김지윤의 지식Play>와 같이 이제 유튜브 형태에 맞춘 숏폼 콘텐츠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거든요. 저희는 이러한 추세에 맞춰 고려대를 대표하는 교수님들이 나오는 고품격 고퀄리티 지식 교양 콘텐츠를 제작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 한분 한분씩 만나서 미리 사전 기획 회의도 2시간씩 진행하고, 어떤 식으로 내용을 풀어나가야 할지, 영상의 후킹 포인트(Hooking point)는 어떻게 할지 등을 출연하시는 교수님들과 함께 계속 논의하며 방향을 잡아나갔던 것 같습니다.
<고대백과> 같은 경우 현재 계획상으로 15부작 정도로 추가 제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영상 포맷은 논의 중인데 교수님들이 강의하시는 기존 형태에 학생들을 3명 정도 섭외해서 함께 출연시키는 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포맷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 출처: YouTube /고대백과 EP 03|조영헌 교수 / 고려대학교 / 2023. 02. 28.
Q8. 대표님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실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콘텐츠 자체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끼는 것은 콘텐츠 자체만 좋다면 어떤 채널이든, 어떤 플랫폼이든 시청자분들은 봐주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만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콘텐츠라거나 혹은 무조건 재미있을 거라고 단정 지어선 안 되고, 항상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콘텐츠를 평가할 때도 ‘내가 만약 시청자의 입장이라면 과연 이 콘텐츠를 볼까?’라고 항상 자문해야 해요. 저희 같은 경우에도 항상 영상을 만들고 나서 서로 상호 피드백을 교환하는 과정을 거치거든요. 그러면서 조금 포인트가 약하거나 재미가 없는 부분은 수정 혹은 삭제하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비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어떠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같은 영상을 찍더라도 360도 VR 기술을 적용해서 기술적인 차별점을 준다든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포맷을 시도해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게 통하게 되면 소위 말해는 ‘대박’을 칠 수도 있는 것이죠.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실험해 보았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을 것 같고요.
Q9.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콘텐츠 사업의 미래,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콘텐츠 자체가 아닌 콘텐츠 시장의 미래라고 한다면, 저는 앞으로 프로덕션 에이전시의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많은 지상파나 종편 방송사들이 자체 제작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외주 제작사와 협력해서 제작하는 비율이 늘고 있거든요. 앞으로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영상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텐데, 그러면 결국 어떠한 핵심 콘텐츠 IP를 확보하느냐가 유의미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자연스럽게 우수한 IP를 지닌 프로덕션들의 경쟁력과 가치가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크로마엔터테인먼트도 장기적으로 계속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나가려고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업하여 단편영화 <해열>을 제작하기도 하였고, 이외에 <프리엑스>라고 해서 40, 50대들의 일상을 대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장년층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러한 중장년층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미디어 소양을 길러주는 콘텐츠들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콘텐츠 제작도 꾸준히 하면서 동시에 저 개인적으로도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미디어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미디어 교육 사업도 꾸준히 병행하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싶은 바람입니다.
* 김요한은 고려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KBS, CJ ENM, NAVER 프리랜서 PD를 거쳐 현재 크로마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재직중이다. 수많은 킬러콘텐츠를 만든 콘텐츠 기획 전문가이자, 국가 주요 행사 경험을 통해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같은 주제로 어떻게 하면 더 톡톡 튀는 기획이 될지, ‘남들 같지 않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한다.
출처 : 교육신문(http://kuen.korea.ac.kr)